겨울철 별미 “시래기를 추억한다”
Ⅰ환희의 송가, 시래기 만만세
-통영명상원 일기 (25)-
시래기의 누른빛은
우리네 무지랑이들의 고단한 얼굴빛이요
정겨운 고향의 황토 빛이다
젊은 날 별 속에 담긴 푸른 꿈 푸른 잎새들이
한 아름 흩어지고
누렇게 말라 비틀어진 모습
뒤도 안돌아보며 가쁘게 달려온 삶
처마밑 낡은 바지랑대에 걸린 신세
결단코 다시 일어서리라
이 어둡고 긴 미로 같은 통로를 빠져나가리라
온갖 번뇌 버둥거리는 들판을 지나
희망과 기쁨 행복이 가득한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에서 환생하리라
진실의 골짜기에서 다시 태어나리라는 다짐
결연하다
가마솥에 푹 고운 사골 국물에서 우러난
시래기 국물과 함께
온갖 허상의 꿈 접어두고
비로소 오늘 나는 누구의 입에
감칠맛 나는 시래기가 되었다
철분이 풍부해 빈혈에 좋고
비타민 미네랄 칼슘이 풍부하고
식이 섬유가 많아 변비에 탁월하며
혈중 콜레스테롤을 떨어뜨려 동맥경화를 예방하고
베타카로틴과 클로로필성분은 유해 활성산소를 제거해
항산화 효과가 있는
시래기로 부활 했노라
기나긴 인생 여정 속에서 넘어지고 깨어질 때
다시 일어서며 다른 색깔 다른 모습의
변신을 시도해 보았던가?
칠전팔기 오뚜기정신 시래기의 꿈에 나를 비춘다
온 몸 바쳐 누군가를 바라보는 일
한번이라도 해 보았던가?
살신성인 시래기의 꿈에 나를 비춘다
저 만큼에서 ‘환희의 송가 Sing of joy' 가 들려오는 듯, 시래기 만만세!
Ⅱ 서호시장 시락 국밥집에 앉아
먼동이 터오기 전
서호시장 시락 국밥집에 앉아
반찬을 주섬주섬 담는다
시락 국밥집이 있는 새벽 장터 난전엔
힘줄 붉게 솟아오른 채 생선 대가리를 치는 남정네
도다리 광어를 연신 흔들며 호객하는 아낙들
수조 밖으로 튀어나와 파닥거리는 활어들
삶의 거친 숨소리를 내며 어망을 거두고
또 이렇게 판을 벌린다
어부들의 삶이 옮겨 앉아 있다
얼큰한 시락국에 밥술 말아 훌훌 마신다
해장술 한 잔에 불콰해진 얼굴
아침이 열리는 남망산 앞 분홍 바다를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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