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딸 신지야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예쁜 딸 신지야
청운의 꿈을 품고 한양에 유학 갔었지
우리 딸 명문대에 들어갔다고
때론 팔불출소리도 들으며
자랑도 많이 했단다.
눈만 마주쳐도,
아빠 엄마 부르는 목소리만 들어도,
나란히 걸으며 손만 잡아도,
어깨를 맞대며 팔짱만 껴줘도
하늘을 날듯
세상을 다 가진 듯
넌 그렇게 나에게 천사였고
넌 그렇게 나에게 축복이었고
넌 그렇게 나에게 희망이었다.
그러던 네가 불의의 화재사고로
청천벽력처럼 말 한마디 못한 채
인공호흡기에 의지하여
중환자실에 누워있는
모습을 바라보는 이 아빠 엄마의 심정...,
정상으로 생기가 돌아오게 할 수 있다면
차라리 내 뼈를 바르고
내 살을 짖이겨 반죽하여
너에게 주고 싶었다.
태어나 이처럼 간절히
신을 찾아 기도한 적이 있었을까?
두 손 모으고 또 모으고
간절히 또 간절히 염원했다
꼭 후유증 없이 깨어나게 해달라고.
그래도 정녕 여의치 않다면
내 이 등굽은 육신일지라도
차라리 나를 데려가 달라고 빌었다
2013년 10월 17일 이후
중환자실에서 그렇듯 반향없는 너에게
맘속으로 끝없이 속삭이고
또 목이 터져라 소리쳤다
제발 일어나라고
꼭 일어나라고
반드시 일어나서 할 일이 있잖으냐고.
손발만 까딱까딱하며 화답하더니만
끝내 먼저 떠나는구나
하늘이 무너져 내리고
땅이 꺼지는 순간
나 혼자 호흡하는 것조차
구차하기만 하다
네가 중환자실에 누워있던 그 시간
그래도 아빠 엄마는 너무 행복했단다.
언제 성인이 된 딸의 발을
그렇게 살갑고 애틋하게
주물러 줄 때가 있었더냐?
돌이켜 생각해보건데
그 힘든 투병의 5주 기간 동안
이 아빠 엄마를 위해
버텨준 듯한 신지의 의지가
가상하고 또 고맙구나.
못다한 외교 사무관 꿈
저 하늘나라에서 이루어져.
맘껏 전 세계를 누비고 다니거라
너는 떠났지만
우리는 너를 보내지 않았다
항시도 가슴 속에 품어두고
너를 기억할 것이다
봄오고 여름와서 새소리 들리면
가을오고 겨울와서 바람소리 들리면
네가 온걸로 알 것이다
이제 부디 저 하늘나라에서
편히 영면하거라
사랑한다 신지야
언제까지나
Forever With You
I Love You, Me Too.
-雲亨 최 진 태- 2013. 11. 26
<박태성 부산일보 논설위원님·이영애 여사님의 진주같은 따님 박신지를 추모하며,
두 분의 마음을 대신해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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