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자연의 산물에는 제철이 있다. 여름날 뙤약볕에서 자란 푸른 채소에서 제 맛과 영양을 찾을 수 있듯이 추운 겨울에는 뿌리채소가 제격이다. 고구마는 감자보다 단 맛이 강해 단 감자로도 불리며 원산지는 중앙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 일대이다. 메꽃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아열대성 식물이지만 우리나라 등의 온대 지역에서도 잘 자란다. 하지 전에 심으면 침만 발라 심어도 산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자생력이 강하다. 다만 저온에 약한 것이 흠이다.

고구마는 예나 지금이나 사랑받는 겨울철 대표 간식이다. 대지가 꽁꽁 얼어붙고 하얀 눈이 소복이 내리는 겨울밤, 삶은 고구마 따끈한 군고구마 소반에 담아 적당히 익은 동치미나 배추김치와 같이 온가족이 둘러앉아, 또는 동네 이웃들과 함께 시간가는 줄 모르고 오순도순 정담을 나누던 모습은 생각만 해도 정겹고 훈훈하게 느껴진다. 고구마에 서린 정취는 바로 우리 겨레의 숨소리이며 인정의 샘물이었고 그리하여 우리 모두의 따뜻한 가슴이었다.

통영에서 고구마 하면 욕지도, 욕지도 하면 고구마가 떠오르게 된지 오래다. 욕지도의 주요 특산물로는 고구마와 감귤이 손꼽힌다. 가을철에 섬 둘레를 끼고 일주하다 보면 섬 곳곳 비탈진 황토밭에서 고구마를 생산하는 모습을 쉽게 접할 수 있다. 특히 섬마을에서는 논농사를 못 짓다 보니 황토밭을 일구어 고구마 재배가 성행했던 것 같다. 문명의 뒷전에서 고구마는 섬사람들의 주식이 되어왔다. 시원한 바닷바람과 함께 섬 특유의 풍부한 일조량이 합세해 명품 고구마를 만들어 냈다. 욕지 고구마의 진 맛은 영양가 높고 단백하다는 것이다. 예로부터 고구마는 우리의 땀어린 삶과 고락을 함께 해온 식량이었다. 천재지변으로 흉년이 들었을 때 모진 생명을 연장했고 때로는 한 서린 인욕의 삶을 같이 하며, 역사를 일구어 온 민족의 구황식물이기도 하였기 때문이다. 욕지 고구마에는 땀에 섭리, 흙의 진리를 새기며 주민끼리 서로 돕고 의지하는 아름다운 협동의 모습도 깃들어 있고, 흙을 먹고 사나운 바다를 헤쳐 가는 억센 섬사람들의 기개며, 척박한 땅에 심지 깊이 내리고 흔들리지 않고 오늘을 살아 온 질기디 질긴 올 곧은 섬사람들의 고집이 배여 있는 것이다.

쪽 빛 바다 건너 욕지도(慾知島)는 ‘알고자 하는 의욕의 섬’이란 이름처럼 조용하게 가슴에 와 닿는 섬이다. 욕지 인근의 섬으로 두미도, 노대도, 거치리도, 연화도, 우도 등이 있는데 이곳에서 생산되는 고구마 역시 욕지고구마로 통용된다.

현대인들을 괴롭히는 각종 암과 성인병을 막는데는 고구마만큼 좋은 식품이 드물다. 안토시아닌이나 베타카로틴 같은 강력한 항산화 성분이 풍부하게 들어있기 때문이다. 또한 고구마는 풍부한 칼륨 덕분에 혈압을 낮추는데 효과적이고 섬유질이 많아 변비 예방에도 좋다. 이렇듯이 요즘 고구마는 단순한 간식이 아니라 웰빙식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미국의 식품 영양운동 단체인 ‘공익화센터’가 최고의 음식으로 정한 것도 고구마이고 미 항공우주국 (NASA)은 고구마를 우주시대 식량 자원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고구마 위원회의 코델 박사는 ‘하루에 고구마를 하나씩 먹으면 의사가 필요 없다’고 말할 정도다.

한방에서도 고구마하면 위와 장을 튼튼하게 하고 혈액 순환을 원활하게 만드는 식품이라고 해서 만성 소화불량, 설사 등을 치료하는데 두루 쓴다. 일본 도쿄대 의과학연구소 연구팀은 고구마가 뛰어난 항암식품이라는 연구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고구마를 비롯해 당근, 샐러리 등 항암효과가 있는 82종을 조사했더니 고구마에 발암억제율이 무료 99%로 단연 1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폐암과 관련된 한 연구에서도 고구마와 호박, 당근을 폐암을 예방하는 삼대 채소로 꼽기도 했다. 고구마에 식이섬유 또한 암의 원인이 되는 각종 중금속이나 콜레스테롤 등 유해물질을 흡착해서 몸 밖으로 배출시킨다. 고구마의 식이섬유는 다른 식품에 들어있는 것 보다 흡착력이 더 강한 편이다. 알칼리성 식품인 고구마는 콩, 토마토 같은 채소처럼 칼륨도 풍부하다. 칼륨은 혈관을 이완시켜 혈압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우리 몸속의 남아도는 나트륨의 배설을 촉진시킨다. 때문에 평소에 짜게 먹는 사람일수록 고구마를 자주 먹으면 고혈압, 뇌졸중등 혈관질환을 예방하는데 좋다.

생고구마를 잘라보면 하얀색의 진액이 나온다. 이것은 야라핀이라는 성분으로 배설을 촉진시키는 역할을 한다. 또 고구마에 들어있는 풍부한 식이섬유가 대장운동을 활발하게 만들어 변비를 개선시킨다. 식이섬유대문에 당이 서서히 흡수돼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그만이다.

또한 고구마에는 비타민 C나 E처럼 피부노화를 막는 비타민이 많이 들어있다.

고구마 한 개 만 먹어도 하루에 필요한 비타민 C를 섭취할 수 있다.

고구마의 껍질에 많은 베타카로틴 성분도 피부노화를 막는 효과가 있다. 그래서 어떤 고구마든 껍질째 먹는 것이 좋다. 고구마는 속보다 껍질에 안토시아민, 베타카로틴 같은 항산화 성분이 많이 들어 있다. 또 고구마는 생으로 먹는것 보다 익혀 먹을 때 소화·흡수가 잘되고 맛도 좋다. 주성분이 녹말위주의 당질이기 때문이다.

우리 조상들은 소화가 안 될 때 고구마와 맵쌀로 죽을 쑤어 먹었다고 한다.

특히 소화기능이 많이 약한 위무력증이나 위하수 등이 있는 사람은 생고구마를 먹지 않는 것이 좋다.

고구마와 음식 궁합이 잘 맞는 식품은 역시 김치이다. 고구마만 먹으면 고구마에 들어있는 ‘아마이드’라는 성분이 장속에서 이상 발효를 일으켜 가스가 쉽게 찬다. 하지만 김치 동치미 등과 함께 먹으면 펙틴 성분이 이것을 막아준다.

고구마 품종은 크게 물고구마, 밤고구마, 호박고구마, 자색고구마 등이 있다.

이중 호박고구마는 속살이 호박색이고 단맛이 강해 2000년도 중반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

물기가 적고 조직이 치밀한 밤고구마는 주로 쪄먹을때 좋다.

가공식품으로는 고구마와 호박을 넣어 만든 고호빵도 있고, 고구마스프, 고구마잎 감자죽, 고구마죽, 고구마 양갱, 고구마 말랭이, 고구마 엿, 고구마 칩 등으로 요리해 먹기도 한다. 고구마의 활용도는 더욱 무궁할 것이다.

이와 같이 고구마는 영양. 열량. 기능성을 모두 갖춘 식품이다. 겨울철 별미로서만 아니라 그간 오랜 세월 우리 민족과 더불어 함께 해온 보람 있어, 근래엔 웰빙식품으로 우뚝 자리 잡은 고구마가 오늘 따라 더욱 귀하게 느껴진다.

긴 긴 세월 동안 욕지 섬자락에 묻혀 있다가 오늘에사 빛을 보게 되는 욕지 고구마에게 우리 모두 힘찬 격려 박수를! 진작 몰라 뵈어 죄송합니다. 귀하신 몸을!

 

 

-운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