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요가원 운형 원장께서 요번에 시집 <에코랜드 연대도 연가>와 동시집 <파란마음 하얀마음>을 함께 출간했다.
“에코랜드 연대도 연가”는 통영에 있는 부속 섬으로써 그곳엔 본 요가원 제2 아쉬람이 있는 곳이다.
연대도 섬의 정경과 풍취, 낭만과 애환을 두루 총 108편에 담았다.
월 1월에 아동문학가 등단기념으로 동시집도 펴냈다.
다시 한 번 출간을 축하드리며 건필을 기원합니다.
2014. 2. 7 금
머리말
연대도 연가
사천 선진포 바닷가가 저 멀리 내려다보이는 와룡산 자락 산골 마을에서 필자는 자랐다.
그때부터 바다는 꿈이었고 동경의 대상이었나 보다. 산보다는 바다에 더 끌렸다.
‘인자(仁者)는 요산(樂山)이요 지자(知者)는 요수(樂水)’라 했던가.
인자도 지자도 못되고, 더더욱 지자는 못되지만 아무튼 바다가 좋았다.
그러더니만 반백의 나이쯤인가 우연히도 통영바닷가 언덕배기에 조그만 오두막집을 ‘운형산방(雲亨山房)’이란 이름으로 부를 수 있게 되었다. 시심(詩心)의 창출 공간으로 더 없이 만족했다. 그러다 다시 몇 년 후 이번에는 섬에 빠졌다. 아예 섬마을에 파묻히고 싶었던 시절이었다. 배낭을 메고 광기 가득 주말마다 통영 섬자락을 누비고 다녔다. 그때 몽환처럼 다가왔던 섬이 ‘연대도’이다. 이곳에 둥지를 틀고 부지런히 뱃길을 오가며 드나들었다. 일상에 쫓겨 시간내기가 만만치 않았다. 갈수록 발길은 뜸해 질 수밖에 없었지만 내 영혼의 안식처, 시크리트 가든이라는 충만감과 자긍심을 떨칠 수 없었다.
한 시대의 섬이 되는 것은 한 시대의 고독을 기억하는 것이라는데 한 시대의 영혼의 울림을 기억하는 장소로 이 섬을 택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았고, 에드가엘런 포우의 시 ‘에너벨리’에서 처럼 마음속 ‘바닷가 왕국’으로 남게 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서였다.
해도 달도 별도 바다에서 떠났지만 그들은 다시 하늘에서 내려와 이곳에서 만나 하나가 된 듯 한 섬 - 연대도.
아마도 필자 역시 해가 되고 달이 되고 별이 된 듯 떠돌다가 언젠가는 이곳 섬이 되리라.
해무(海霧)자욱한 뒤뜰에 빼곡히 들어선 섬조릿대 위로 봄비 사각거리는 날, 섬은 한 폭의 수묵화가 되고 선화(禪畵)가 된다.
여름날 바람의 언덕에 서서 바다와 섬의 풍광에 취해 무심히 서 있으면 어느새 내가 바다가 되고 섬이 된다. 시간가는 줄 모르고 서 있다 보면 노을이 진다.
일몰의 바다. 황홀하다 기막히게 아름답다. 할 말을 잊는다.
가을날 지기들과 어울려 마당에 내려앉으면 뻘건 숯불위 석쇠위에 올려놓은 전어며 가리비 조개 지글지글 익어가고 거기에 방풍약초로 담은 술 한 잔 곁들인다.
일상의 찌든 때를 훌훌 털어 함께 숯불 속에 던져 버린다.
사랑이 익고 우정이 익고 끝내는 애증의 그림자마저 훌훌 던져 버릴 수 있기를 기약하는 시간이 될 때쯤 이제 무엇을 더 바라리요.
겨울 추위가 매서운 날 몽돌 자갈밭 해변가에 나가서면 파도에 씻겨가는 자글거리는 몽돌들의 속삭임이 짜르륵짜르륵 오케스트라 되어 다가온다. 어찌 이곳에서 배호의 ‘파도’ 색소폰 한 곡조 연주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곳이 연대도이다.
그렇지만 연대도는 이처럼 외지인들이 잠시 쉬러 들어가 먹고 마시고 즐기는 낭만과 휴양의 터만은 결코 아니다. 넘실대는 파도 물길 헤쳐 나가야 되는 어선위의 삶도 있고, 양식장 돌보기에 행여 잘못될까봐 노심초사 한시라도 눈을 뗄 수 없는 곳, 언덕배기 산자락에 취나물 방풍나물 가꾸어 꾸려나가야 되는 치열한 삶의 현장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무분별한 섬의 난개발에 여타 섬들이 아파하는 소리가 들려올 때면 가슴이 썬득썬득해진다. 자연의 아픔은 곧 시인의 아픔이요 시의 아픔이다. 언제까지고 아름다운 생태섬 에코랜드 연대도로 남아있기를 염원해 본다. 그리고 언젠가 텃밭에 자라고 있는 취나물. 방풍나물. 달래나물 등 직접 돌보며 이 섬에 머무를 훗날을 기약해 본다. 자주 드나들지 못하는 안타까움으로 연대섬 주민들과 그리고 발길 뜸한 주인을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을, 필자가 ‘연대아쉬람(수행공간)’이라 칭하는 토담집에 조금이라도 미안한 맘을 더는 의미로써도 이 책을 엮어본다. 섬의 고독도 섬의 낭만도 섬의 아름다움도 섬의 아픔도 섬의 치열한 삶의 현장도 욕심일망정 모두 담아보고 싶었다.
그러나 미흡함에 부끄러움이 앞서지만 용기를 내어 펴낸다.
2013년 4월 ‘요가의 향기’ 시집 출간 이후 두 번 째 시집의 상재(上梓)이다.
끝으로 추천의 글을 써주신 도반道伴이며 부산일보 문화 부장이신 임성원님과 책의 편집을 맡아주신 노 정순 선생님께 지면을 빌어 감사 말씀 드립니다.
이번 주는 꼭 섬에 들어가 이장님 . 어촌계장님 . 서 선장님 . 홍 선장님 등과 막 건져낸 홍합 끓인 안주에 막소주 한 잔 나눠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2014년 2월 4일 입춘일
통영 바닷가 내려다보이는 ‘운형산방’에서 최 진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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