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들>
셋만 모이면 무리를 지으려고 하는 게 한국인의 속성이란다. 남성보다는 여성 쪽이 더 강하다고 한다. 세월의 매듭이 지워질 때마다 그런류의 무리들이 탄생함을 본다.
정보의 교류든, 친목도모든, 수행의 도반으로든, 대개가 처음은 언니와 동생, 친구관계에서, 끈을 놓기 싫다는 명분이다. 그러나 세월이 어느 정도 지난 후 존속여부를 돌아보면, 거반 그런 무리들은 유야무야 하다. 무슨 연유일까?
좋은 취지에서 시작된 것이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변질되어 갔기 때문이다.
건강하지 못한 무리들일수록 누군가를 희생양으로 몰아가면서 결속을 과시하려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가까이는 주위 동료, 선배, 후배로 시작하여 제일 관계가 많았고, 구심적 역할을 했던 부류 등에까지 손을 뻗치게 된다.
긍정적이고 창조적이며 생산적이기를 지향한다면 얼마나 바람직할까보냐마는, 주변을 올려주고 성장하기를 바라는 방향으로 뜻이 모아지고 흘러가야 지속력이 있을 터인데, 그 역 방향으로 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일국의 대통령도, 시부모도, 남편도, 그 누구도, 그 손에 닿으면 교미 끝난 암사마귀가 숫사마귀 대가리 삼키듯 아작아작 한방에 꼼짝마라이다.
거기서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기도 할 것이다. 허지만 인간의 저 밑바닥 심성엔 순연의 본성이 자리 잡고 있기에 이런 일이 반복될수록 만남을 끝나고 돌아설 때면, 뒷통수가 간질거리고 입안에 가시가 돋는 기분이며 거끄럽고 불편하다.
험난한 세파를 거치고 살아오면서 이만큼 변질되었지만 그래도 우리는 인간이기에 그러하다. 특히나 무리의 구성원중 입김세고 목소리 큰 분자가 있거나 아니면 본인을 낮추는 듯 하나 교묘하게 무리의 구성원들을 부정적인 쪽으로 끌어들이는 분자가 있다면 그건 독을 풀어놓는 격으로 급속히 오염되고 만다.
술은 약도 되고 독도 되는 법이거늘 애매한 술을 들먹거려 본다. 즉 ‘낮술에 취하면 지 애비 애미도 몰라본다’는 거센 속담이 있듯이 이런 분자가 따르는 독이든 술에 취하면 웬만큼 심지 곧고, 중심 확고한 자가 아니면 결국 휩쓸리고 만다. 그 좋았던 이미지가 하루아침에 뒤바뀌고 뭉개지는걸 경험한다는 건 너 나 없이 당황스럽고 참담한 일이다.
우리가 인간의 형상을 하고 한지붕 밑, 한 시대에서, 한 인연으로 서로 고개 숙였던 관계를 맺었던 적이 있었다는 자체가 그러하다. 부디 건강한 형태로 인간 본연의 맑음과 순수성을 잃지 않는, 긍정적이고, 창조적이며 생산적인 무리들이 세월과 더불어 많이많이 탄생되어지길 염원해 본다. 더더구나 ‘하늘가는길(스와르가)에 동참하러 뜻을 품었던 초심이 흔적이라도 남아있다면 말이다
2014. 9. 25 목
-아뜨마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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