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숙명이다>

등에 올린

허기진 짐의 무게로

사막을 건너 간다

무릎팎 꺾였다 일어서기를

반복하며

시간의 저편 너머로

모래 바람의 심장을 향해 나아간다

자꾸만

행복하냐고 묻지마라

이미 우리는

저마다의 숙명을 지닌 채

살아가고 있다

눈물 흘린다고 불행한 것도 아니요

웃는다고 행복한 것만도 아니다

숱한 아버지의 바지 끝자락

비린내 반질거리는 어머니의 몸빼에서도

숙명만큼 질긴 숨줄이 있다

세월의 퀭한 모짊들

툭툭 털고 일어서는 이것

나를 지탱하고 있는 이 숙명을

포기하지 않는 이것

그저 숨줄이 이어진다는 것만으로도

고맙고 감사한 것

모두를 버린 뒤

모두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

열사의 모래 언덕너머로

불어오는

한 줄기 바람이런가

한 자락 그림자런가

너도 그리고 나도

모두가 숙명이다.

                 2015. 11. 15 일요

                          - 운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