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교(敎) 문자 메세지파에 대한 소고(小考)>

    문명의 이기(利器)는 전 세계를 일일 생활권이자 이웃으로 만들고 있다. 전자 통신기기, 인터넷, 휴대폰 등은 참으로 기상천외한 경천동지 할 물건들이라고 할 수 밖에 없게 되었다. 내 손 안에 그 많은 정보와 세계가 다 들어있으니까. 앉으나 서나, 누우나 걸으나, 차를 타나 내리나 공손히 고개 숙여 조아리며 엄지 검지 꼼지락 거리기도 하며, 중얼중얼 혼잣말로도 채팅도 하고, 염불도 하고 하하 호호 껄껄 깔깔 우우 핫핫 희로애락을 그 기기 앞 에서는 다 표현하는 왕중의 왕이요, 신(神)중의 신이로소이다. 한시라도 내 품에서 떨어지면 불안 공포증까지 동반되는 이것 일러 휴대폰! 현대인은 남녀노소 학력, 직위, 직업 가리지 않고 이 기계 앞에서는 광신도들이 되어간다. 잘 쓰면 독약이요, 못 쓰면 만고의 독이라는 게 술 말고 여기 또 있었구나. 특히나 문자 메시지는 얼굴이 보이지 않으니, 소리가 들리지 않으니, 글자 수가 제한되어 있으니, 짧은 시간 안에 하다 보니, 서론, 본론 거두절미하고 결론만 얘기해야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짧은 시(詩) 아닌 시를 써야 하는 것이다. 헌데 훈련이 안된 상태에서 어설프게 쓰다보면 그게 또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수신자의 깜냥에 따라 이리도 해석되고 저리도 해석되고 인지왜곡의 출발점이 된다. 인간은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게 되고 자기의 방식대로 받아들이고 싶은 것만 받아들이게 되니까. 그래서 경전(經典)은 주석을 다는 사람의 능력 여하에 따라 완전히 그 품격이 바뀌기도 한다는 사실과 같이, 여기서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일상적이고 평범한 안부 문안 인사 등이 아닌 민감한 문제 등은 더욱 더 위험천만하다. 본인의 수준만큼 딱 그만큼만 바라보게 되니 문제의 본질이 호도될 가능성이 참으로 많다는 것이 휴대폰교(敎) 문자파 신도들이 빚어내는 비극이다. 우선 눈에 안보이고 안 들리니 자칫하면 감정에 치우쳐 무례하고 배은망덕하고 아래 위도 없는 거친 언어를 서슴없이 쏟아 붓기도 하고, 미친 짐승 발광하듯 나오는 대로 들이 박고, 발정난 짐승처럼 아무데나 배설, 방뇨를 방불하게 될 수도 있는 게 이것이다. ‘낮술에 취하면 제 애비 에미도 몰라본다’는 말이 있듯이 스승도 제자도 장유유서도 선후배도 윗사람 아랫사람도 안중에 없이 뱉어 버릴 수 있을 것이니, 막가파로 변할 수도 있으니 조심할지어다. 휴대폰교 문자메세지파여!

특히나 묵계적 서열이 어느 정도 형성되어있는 경우라면 윗사람, 연장자, 선배가 더 상처받고 모욕감과 분노에 휩싸일 수 있는 확률이 많다는 사실을 간과하면 아니 되리.

상대방의 현재 상황이 어떤지는 불문가지로, 상대방이 화장실에 가있던, 사우나 탕 속에 몸을 담그고 있던, 병원 진찰실에 누워 끙끙거리고 있던, 달콤한 잠에 빠져있던, 밀담 중이던, 밤이건 낮이건 가리지 않고 우선 나 본위로 얘기하고 쏟아낸 후 상대가 생각할 틈도 없이, 즉시즉시 회신을 받아야만 직성이 풀리는 교도들. 그렇지 않으면 무시당했다거나 성의 없다거나 등등의 자격지심으로 뭐든 닥치는 대로 잘근잘근 물어버리는 천인공노할 잔인성이 도사리고 있음을 사람들은 알까 모를까?

그래서 누군가는 휴대폰을 일러 현대판 족쇄요 노에요 멍에요 망나니라 했던가,

안플러그(unpluged)된 상태의 자유를 누려본 자는 안다. 외국 여행 나가서, 통신이 안 터지는 곳 아님 휴대폰을 미소지 했던가, 로밍 없이 갔을 때 오는 자유로움과 해방감이 얼마나 천국 같은지? 이국 멀리 또는 뚝 떨어진 곳 또는 호젓한 여행길에 있을 때 시도 때도 없이 울려대는 벨소리, 문자 메시지에 얼마나 당황한 기억이 있던가?

그것도 물론 좋은 소식 반가운 소식도 있겠으나 그와 정반대일 경우엔 그 시간 그 분위기는 완전히 엉망이 되고마는 참담한 사건을 경험해 본 사람은 알 것이다.

현대가 낳은 멍멍이 목걸이 같은 속박의 의미를 어화벗님네들이여! 제대로 된 커뮤니케이션 의사소통을 원하신다면 결코 휴대폰 문자 통화 따위는 사양하시길. 경험해 본 자는 안다. 얼마나 구차하고 혐오감 드는 일들이 이 기계로부터 비롯될 수도 있다는 것임을, 물론 그때서야 비로소 감추어두었던 본성이 들어날지니. 빨리 상대를 알고자 한다면 복잡한 일상사를 문자 메시지로 두들겨서 나눠볼지어다.

특히나 아랫사람도 좋고 제자도 좋고 아끼던 사람도 좋고 흠모하던 사람도 사랑하던 사람도 속내를 알까 모를까 하는 사람도 좋으니까.

감추고 있던 발톱이 쑥 드러나며 그 숨은 얼굴의 실체가 쉽게 드러낼 수도 있을지니.

허상(虛像)은 빨리 깨질수록 좋은 것, 더 이상 기대와 미련을 안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허상을 깨는데 이것만큼 유효한 것도 드물 테니까…….

문자와 언어는 곧 그 사람이다. 문자 메시지 한 글자에도 바로 그 사람의 인품이 배여 있는 것이다. 우리는 만물의 영장이라는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아닌가!

                       “옴 사르바 바반투 수키나”

                                   2016. 1. 23. 토

                               -운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