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정산 입구 예전  망미루 서있던

골목길 들어서면

명산 중의 명산 금정산 바람결 따라

풍겨오는 독특한 향내를 맡게 되나니

미나리 실파 송송 다지고

반죽한 밀가루에다 

기장의 홍합과 석화며 쇠고기를 얹어

토종닭이 낳은 달걀도 함께 부린 채

뜨겁게 달군 철판에 

지글지글 자박자박 지지고 부치면

노릿노릿한 색감 띄며 구수한 향내 나는

먹거리가 탄생하는데

예로부터 파초대, 파전여, 파지단, 파적이라

부르기도 했던

바로 그 감칠 맛나는 '동래파전' 이라

동래성을 온 몸으로 사수했던  선조들의

거룩한 충절의 혼이 흐르고

동래학춤 춤사위로 풍류를 뿜어내던 이곳

샘솟는 온천에 발 담그다가

덩실덩실 야단법석이 펼쳐지는  곳

아소 님아!

부산 금정산에, 온천장에 오시걸랑

부디 이곳 파전집 난전에 엉덩이 한번 부치시고

서로서로 어깨 맞대면서

동래파전 한 접시에

금정산 술익는 마을의 누룩과

금어(金魚)가 내려 앉은 금정(金井)의 샘물로 빚은

걸쭉한 탁배기 한 잔 곁들이며,

불콰해진 얼굴로

잔 들어 님 한번 눈 맞추고

벗님 얼굴 한번 쓰다듬으면

에헤야 상사디야

무릉도원이 이 어디메인고?

이렇듯이 

인생의 높새바람 잠시 등진 채

숨 한번 고르고 땀 한 방울 닦으면서

구절양장(九折羊腸) 우리네 삶의  노정

무생사(無生死) 한번 논해 본들 어떠하리오

그때쯤이면

수문장처럼 버티고 선

오백년 노송 위에  걸린 반달도

가물가물 눈이 감겨 올 테지만요

   2016.4.10. 일요 - 운형 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