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 부쳐 : 부산일보 정 달식 편집부장...241

다향천리茶香千里 문향만리聞香萬里

송풍松風소리

가득찬 다관에

중정*中正의 손 놀림으로

햇 차 한 움큼 풀어내면,

다화茶花는

함초롬이 꽃피운 보세란 한 촉,

어느새

햇차향 난향이

손을 잡고

다향천리茶香千里 문향만리聞香萬里

길을 낸다.

*중정中正 : 차를 달이는 방법으로 중中은 찻물과 차를 알맞게 조화하고, 정正은 차의 빛깔, 향기, 맛을 잘 내는 것

<차茶>

물소리 산새소리

잠겨든 바람소리

햇살도 달그림자도

차향속에 녹아들어

한 호흡과 한 호흡간에

천년적요 받쳐든다

애증도 한데섞어

저처럼 우려내면

남해바다 노을 닮은

황금빛 차색될까

무심의 점 한 획 긋고서

하늘가를 맴돌아

<차茶는>

차는

차나무 잎 그 자체지만

차가 되는 순간

더 이상 차나무 잎이 아닌,

차 그것만으로는 살 수 없지만

차 없이는 살 맛 없는 것,

차는

백만의 시름을 달래주는

순일한 영혼이요

천만의 설움을 달래주는

달그림자,

차는

텅 비어 있으나

가득 참이요

걸림 없는 허공,

차는

내 인생

최고의 해후요

태고의 적막을 일깨워 주는

무심한 그리움

<차를 마신다는 것>

한송이 차꽃에서

한잔의 차맛까지

수억년의 세월 감아 되돌아온

허공 속 소식 한자락

광대무변한 우주의

춤사위 한자락

<차를 마신다는 것은>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쉬지 않고 흐르는 강물처럼

흘러가는 일상의 삶

잠시 내려 놓고

정지된 시간 가져보는 것

느림의 철학을 익혀 가는 것

지나온 시간

현재의 시간

다가올 시간

잠시 돌아보게 하는 것

찻잔에 비친 자기 얼굴

한번쯤

새삼스레

들여다 보는 시간 갖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