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인류학자는 동물 중에서 가장 진화한 것이 사람이라면, 식물 중에서 가장 진화한 것이 차(茶)와 난(蘭)이라고 했어요. 그중에서도 차는 인간이 자연이란 사실을 깨닫게 해주는 매체입니다."

최진태(62) 부산요가명상원 원장은 지난 30여 년간 차(茶) 생활을 결산한 시집 <다향천리(茶香千里) 문향만리(聞香萬里)>를 출간했다. 최 원장이 차와 관련된 소재로 쓴 180여 편의 시를 엮은 이례적인 시집이다. 찻잔, 다인, 곡차 등 차에 대한 사유를 담아냈다.

'다향천리 문향만리' 출간 30여 년간 차 생활 시로 엮어 "차와 요가, 구도의 길 인도"

"그동안 차가 저의 몸과 영혼에 속삭였던 소리를 틈나는 대로 시로 엮어 보았습니다. 30여 년간 이어온 차 생활을 기념하고 그 과정에서 차가 저에게 선사한 노고와 공덕을 치하하는 뜻을 담았어요."

40여 년간 요가를 해 온 최 원장은 차와 요가의 접점에 대해 말했다.

"많은 이들이 요가를 하기 전에 차를 마십니다. 요가와 차는 몸과 영혼을 맑고 향기롭게 다스리는 데 도움을 줍니다. 요가와 차는 일상에서 명상을 통해 구도의 길로 이끌어줍니다."

이번 시집에 실린 '달빛 차'라는 작품이 여기에 맞닿아 있다. '달빛에 도란도란/ 갈증을 풀어내며/ 차의 빛 차의 향기/ 차의 맛을 아우른다/ 찰나의 삶이 영원의 빛깔로/ 햇살처럼 퍼지는 시간'('달빛 차' 중에서).

최 원장은 시집 말미에 '곡차'에 대한 시 20편을 과감하게 넣어 눈길을 끈다.

"상극도 상황에 따라 상생이 될 수 있습니다. 이른바 차를 마시면 기를 끌어들이고, 곡차를 마시면 기가 흩어지는데 이런 수렴과 발산 과정이 오히려 최고의 상생 지점에 이르는 길이라고 생각해요. 도연명, 소동파, 이규보, 초의 선사, 다산 정약용, 추사 김정희, 석오 윤치영 등이 모두 차와 곡차로 풍류를 즐긴 시인 묵객이었죠."

최 원장은 열심히 살아가는 서민의 자긍심을 높이고 응원하기 위한 시를 5년째 적어왔다. 일상에서 만났던 짜장면집, 세탁소, 횟집, 파전가게, 전통찻집, 도자기갤러리, 포장마차 주인을 모티브로 한 시 30여 편을 썼다. 그들의 인간적인 면모, 진솔한 삶의 태도, 일하는 모습, 가게 특징 등을 포착한 시를 그림과 함께 서각 형태로 새겨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속독 기술을 갖고 있는 최 원장은 신문 마니아다. 지금도 부산일보 등 8개 신문을 구독하고 있다. 신문 스크랩을 40여 년간 해왔는데 스크랩북이 200여 권에 달한다. 그는 "신문을 보면서 체득한 어휘가 시를 쓰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최 원장은 2003년 <월간 문학세계>를 통해 수필로 등단했다 그 뒤 시, 시조, 아동문학 부문에서도 등단했다. 현재 ㈔세계문인협회 통영·독도지부장을 맡고 있다.

부산대 물리학과와 상지대 경영학과를 나온 최 원장은 경영학, 교육학, 요가학, 기공학 등 석사 학위만 4개를 갖고 있다. 광운대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땄다. 현재 부산대와 영산대에 출강하고 있다. 최 원장은 2013년 10월부터 2015년 7월까지 부산일보에 '최진태의 요가로 세상 읽기' 칼럼을 게재했다.

글·사진=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