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총량의 법칙>

부산일보에서 '부일요가동우회' 2011년 3월 시작부터 2017.1.12. 지금까지 본 요가원 강사 선생님들의 지도와 함께(제작년까지는 운형 원장도  한 주에 한 타임씩은 지도하였음) 근 7년간 요가를 하고 있는 박태성 문화전문기자의 글입니다.(그래서 본 요가원하고 각별한 사이이기도 함)요즘은 김삼순 선생님과 강수연 선생님이 지도하고 있답니다

[박태성의 예술과 삶] 에너지 총량의 법칙

 한 해가 또 흐른다. 독일 낭만주의 풍경화가 카스파르 다비트 프리드리히의 '지는 태양을 마주한 여인'은 속절없는 연말에 감상하기에 좋은 그림이다. 노을 구름 번지는 사이사이로 지는 해를 마주한 한 여인의 모습은 목젖까지 차오르는 슬픔과 외로움을 처절하게 감내하는 듯하다. 하지만 그녀는 마냥 슬픔에 젖어 있지는 않다. 허무함과 외로움을 회피하지 않고 '인생과 영원'을 사색한다.
 
카스파르 다비트 프리드리히는 독일 드레스덴 근처에서 은둔의 삶을 살면서 '자연의 젖'에 탐닉했다. 자연 속에 투영된 인간 삶 속에서 돋아나오는 슬픔과 외로움, 그리고 침잠들이 차지하는 정당한 위치를 일러준다.

지는 해는 우리에게 무엇을 말할까. 일몰의 반대편은 일출이며, 물이 차오르면 반대편에서는 물이 나가는 것, 기쁨이 있으면 슬픔도 있다는 것, 목적지에서 만난 반대편 사람들은 이제 시작의 걸음마를 뗀 것, 꽃이 피는 것은 지는 것일 것. 어떤 조물주의 커다란 흐름 속에서 우리 인생이 돌고 있다는 것을 깨우친다.

한 해와 이별하면서 슬프다거나, 아쉽다거나, 혹은 너무 기쁘다고도 하지 말자. 물리학의 에너지 총량의 법칙을 생각한다. 사람 평생 마시는 술의 양이 정해져 있듯, 인생의 기쁨과 슬픔의 양은 정해져 있다. 슬픈 사연을 가졌을 법한 그림 속의 여인도 아름다운 기억과 추억들이 있기에 석양 바람에 흩날리는 연약한 꽃 한 송이조차, 허투루 여기지 않고 깊은 사색을 할 수 있다. 우리를 울게 하는 눈과 웃게 하는 입술은 결국 한 얼굴에 있다. 

작고한 이영훈 작곡가의 노랫말처럼 '우리는 언제 곁에 총을 내려놓는 군인처럼 쉴 수 있을까.' 올 한 해 정치와 경제의 소용돌이 속에서 많은 사람이 눈물의 골짜기를 더듬으며 시련을 겪었다. 한 해가 바뀌는 것은 엄밀하게 말하면 시침과 분침 단위로 구획하는 물리적 시간인 '크로노스(chronos)적 시간'의 연속이다. 물리적인 분절의 시간 속에서 우리를 반추시키는 교훈은 지는 해의 반대편에 서면 뜨는 해가 된다는 사실이다. pts@busan.com 

 
박태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