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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1-01-05 16:22
<심우도와 '소 얼굴 자세'/강이라 소설가>
 글쓴이 : 최고관리자
조회 : 288  
심우도와 ‘소 얼굴 자세’
/강이라 소설가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었습니다. 2021년은 신축년(辛丑年)으로 흰 소의 해입니다. 십이지신 설화에 따르면 하늘의 왕이 ‘정월 초하루에 가장 먼저 천문에 도착한 동물부터 순서대로 서열을 정하겠노라’고 말하자 부지런한 소가 가장 먼저 도착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소 등에 올라타고 왔던 쥐가 먼저 뛰어내려 천문을 통과하는 바람에 소는 두 번째 십이지신으로 밀리게 되었습니다.

소의 성실하고 우직한 품성을 알 수 있는 재미있는 이야기입니다. 암소를 뜻하는 라틴어 vacca에 어원을 둔 백신(Vaccine)이 개발에 성공해 보급 중이니 소띠 해를 맞이한 한국으로서는 일상으로의 빠른 회복에 더 기대를 품게 됩니다.

금정산 범어사의 보제루 외벽을 찬찬히 살펴보신 적이 있나요. 보제루는 불이문을 지나면 바로 보이는 2층 누각으로 중생을 제도한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보제루처럼 절의 중심이 되는 법당의 외벽에는 대부분 채색 벽화가 그려져 있습니다. 가장 많이 쓰이는 벽화의 소재로 심우도(尋牛圖)가 있습니다. 심우도는 방황하는 자신의 본성을 발견하고 깨달음에 이르는 과정을 소를 찾는 동자에 빗대 열 단계로 나누어 그린 그림입니다. 보제루 벽화 속 심우도를 간단히 살펴보겠습니다.

소를 찾아 나서는 ‘미목’, 소 발자국을 발견하는 ‘초조’, 소를 발견하는 ‘수제’, 동자가 소를 잡아끄는 ‘회수’, 거친 소가 점점 길들여지는 ‘순복’, 소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무애’, 마음의 경계가 사라지고 자유로워진 ‘임운’, 소와 더불어 동자 스스로도 잊어버리는 ‘상망’, 소는 없고 동자만 남은 ‘독조’, 소와 동자가 자취를 감추는 ‘쌍민’.

심우도의 검은 소는 길들여지지 않은 나의 거친 마음, 인간 본성을 상징하며 마음 수행을 통해 선에 이르게 되면 검은 소는 차츰 흰 소로 변해갑니다. 여기서 흰 소는 탐(욕심), 진(노여움), 치(어리석음)로 구별되는 세 가지 번뇌를 완전히 벗어난 상태를 의미합니다. 심우도는 불교 선종의 선 수행법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종교와 상관없이 마음을 다스리는 좋은 수련법입니다.

보제루의 심우도가 깨달음을 얻기 위한 마음 수련이라면 요가에는 건강한 마음을 견지하기 위해 행하는 몸 수련이 있습니다. 바로 고무카 아사나, 소 얼굴 자세입니다. 산스크리트어로 고(Go)는 암소, 무카(Mukha)는 얼굴로 소의 얼굴을 닮은 자세란 뜻입니다.

힌두 신화에서 암소의 의미는 풍요와 나눔, 자비입니다. 소 얼굴 자세의 수련법은 이렇습니다. 먼저 왼 무릎 위에 오른 무릎을 포개고 두 발은 엇갈리게 해서 양쪽 엉덩이 가까이 두는 영웅 명상 자세로 앉습니다. 왼팔은 아래로 접어 등 뒤에 대고 오른팔은 위로 들어 오른 어깨 뒤로 접습니다. 등 뒤에서 두 손의 손가락을 천천히 잡습니다. 손가락이 잡히지 않을 경우에는 수건으로 교정합니다. 손을 잡은 채로 척추와 머리를 바로 세우고 눈을 감습니다. 약 2분 정도 자세를 유지한 후 다리와 팔을 바꿔 같은 방법으로 수련합니다. 이때 호흡은 자연스럽게 행합니다.

소 얼굴 자세는 몸을 이완하는 데 효과적입니다. 척추를 바로 세움으로써 가슴을 열어주고 어깨와 목의 경직을 완화시키며 다리 근육을 유연하게 만듭니다. 내적인 효과로는 피로, 흥분, 분노를 가라앉힙니다. 별다른 준비 없이도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생활 요가로 소 얼굴 자세를 추천합니다.

몸과 마음, 정신은 하나로 이어져 있어서 감정과 스트레스는 쉽게 전이됩니다. 코로나 블루로 지친 당신의 몸과 마음을 살펴 주세요. 꼭 심우도일 필요는 없습니다. 자연을 담은 풍경화나 따뜻한 인물 사진도 좋겠어요. 굳이 소 얼굴 자세가 아니어도 하늘 향한 큰 기지개 한 번으로도 내 몸은 힘을 얻을 것입니다.

‘느릿느릿 걸어도 황소걸음’이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느리지만 꾸준한 소의 우직한 걸음으로 우리는 마침내 치유와 회복의 목적지에 당도할 것입니다. 그때를 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