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누만 아사나(2)> 최진태의 요가로 세상읽기(89)
원숭이 형상을 하고 있는 하누만은 라마왕의 충복으로써 용맹성과 뛰어난 지략, 불굴의 충절 덕분에 인간들에게 숭배 받는 반열에 올랐다. 산처럼 거대한 몸으로 변할 수도 있고 단 한 번의 뜀뛰기로 며칠간이나 하늘을 날아서 긴 해협을 건너가거나 거대한 산을 들어 올리는 능력의 소유자로 묘사된다. 모든 장애를 제거하는 자 또는 모든 문제에서 구해주는 자를 상징한다. 악의 파괴자이자 모든 고난의 추방자로 묘사되기도 한다. 그리하여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모든 이들의 연인으로 부상하게 된다. 특히 원숭이가 많은 동남아시아의 힌두교국가에서 그 사랑과 숭배는 대단히 흔하게 하누만을 모신 사원을 접할 수 있게 되었다. 그는 라마야나의 중심인물인 신의 화신 라마가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가장 헌신적이고 충실하게 봉사한다. 자연 특히 생명체와의 상호의존적이고 조화로운 관계를 통해 인간의 최고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음을 시사 하는 신화속 주인공인 셈이다. 그리하여 신에 대한 헌신적인 사랑을 의미하는 박티의 구체화이자 이기심 없는 희생적인 봉사의 표상으로 묘사되기도 한다. 우리문화에서도 원숭이는 인간과 가장 많이 닮은 영장동물로, 악귀를 물리치는 벽사(辟邪), 길상, 출세의 의미를 나타내기도 하고, 천도복숭아를 들고 있는 모습은 장수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조선시대 화가 장승업이 그런 ‘송하고승도’ 그림에는 한 노승이 굽은 소나무에 앉아 있으며 원숭이가 불경을 두 손으로 공손하게 바치는 장면이 있다. 또한 부모 자식 간, 부부지간의 사랑이 사람 못지않게 극진하다고 알려져 있다. 미아리 고개하면 단장(斷腸)인데 그 단장의 의미가 실은 원숭이로부터 유래되었다. 새끼를 잃은 슬픔에 어미 원숭이의 창자가 끊어졌다는 단장의 슬픔은 중국 남북조시대 고사에서 유래된 것이다. 그만큼 원숭이는 사람들에게 친숙한 존재였다. 영장류 중에서 유인원인 고릴라, 오랑우탄, 침팬지를 제외한 나머지를 원숭이라 부르는데 전 세계에 살고 있는 원숭이는 260여종이 넘는다고 하며 그 중 가장 작은 원숭이는 15cm 정도이고 가장 큰 원숭이는 1m에 이른다. 원숭이는 인간과 유전적으로 1~2% 차이가 나는 침팬지 수준은 아니지만 유전자의 93% 정도를 공유한다니 놀라울 뿐이다. 그러기에 에이즈 바이러스(HIV) 백신, 에볼라 바이러스 백신 연구 등에서도 효능을 입증하는데 동원되고 있고 위험천만한 우주개발에도 최선봉에 섰다. 그러나 원숭이가 좋은 의미만 갖고 있지마는 않다. 영리하고 재주 많지만 간사하다고 여겨지기도 했다. 자기 재주를 너무 믿어 스스로 발등을 찍는 면도 있으니 이를 경계하라는 속담도 있다.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다’ 등에 이런 뜻이 담겨 있다. 이 원숭이의 상징인 하누만 아사나는 앞뒤로 다리를 뻗어 앞에 있는 무릎을 구부리고 뒷다리는 펴서 발등이 바닥에 닿게 한다. 양손으로 좌우 바닥을 짚어 손으로 몸의 무게를 지탱하면서 천천히 앞에 둔 다리를 길게 뻗어 무릎을 편다. 두 다리가 앞뒤로 펴져서 골반과 회음부위가 바닥에 닿으면 가슴 앞에서 양손을 모은 채 머리 위쪽으로 들어 올리는 자세이다. (사진. 시연 노정순). 다리와 고관절의 유연성과 혈액순환을 촉진시켜주는 효과가 있다. 특히 육체와 의지의 강건함과 더불어 유연함을 동시에 함양하는데 더 없이 좋은 자세이다. 저런 관계의 아랫사람, 제자 몇 명만 있었으면 하고 한번쯤은 속절없이 부러워해 본적이 있는, 변절과 배신이 밥 먹듯 난무하는 현실 속에 아득한 향수로 다가오는 천연기념물적인 존재 속에 남아있는 그대, 하누만 아사나여!
2016. 1. 18 월. 운형